괴물
이외수
코멘트
나연 : "엄마, 저는 학생에게 왜 시험이 필요한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엄마 : "시험은 우등생과 열등생을 골라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닐까."
나연 : "시험으로는 진정한 우등생과 진정한 열등생을 절대로 골라낼 수 없어요."
엄마 : "엄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니."
나연 : "가령 세잔느를 알고 있는 학생하고 세잔느를 능가하는 학생이 있다면 엄마는 어느 쪽이 우등한 학생이라고 평가하시겠어요."
엄마 : "물론 세잔느를 능가하는 학생이겠지."
나연 : "하지만 시험은 알고 있는 학생을 평가할 수는 있어도 능가하는 학생을 평가할 수는 없거든요. 알고 있는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도 합당치는 않아요. 실수나 요행에 따라 모르고 있는 학생이 알고 있는 학생으로 평가되기도 하거든요. 반대로 알고 있는 학생이 모르고 있는 학생으로 평가되기도 하고요. 정말로 멍청한 평가 방식이지요."
나연이가 어떤 분야에서 결함이나 모순을 지적할 때는 반드시 그만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서 반론할 여지가 없을 지경이었다.
엄마 : "너라면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겠니."
나연 : "저라면 어떤 경우에도 평가 따위는 하지 않겠어요."
나연이는 시험으로 인간의 우열을 측정하는 방식이 빨리 종식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시험은 지극히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능력밖에는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잠재적 능력을 너무 일찍 말살시켜 버린다는 주장이었다. 중학생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얻어낼 수 없는 현실진단이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잠재적 능력이 너무 일찍 말살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현재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일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표정들이었다.